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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접한 절] 한국 3대 해수관음기도처 보리암에 갔다.

김 치킨 2023. 6. 2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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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경남 남해에 위치한 보리암에 다녀왔습니다. 보리암은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가장 기도빨이 쎄기로 유명한 성지 중 한 곳입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절들이 기도빨이 쎈걸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남해 보리암(남해), 동해 홍련암(양양), 서해 보문사(강화)가 통상 한국의 3대 해수관음기도처로 칩니다. 혹자는 여수의 향일암도 포함해 4대 관음성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리암을 찾습니다. 하나의 소원은 이뤄준다는 믿음으로 말이죠.
부산의 해동용궁사도 예전에 불자에게 기도빨이 좋다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관음보살과 바다는 그 영험함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다를 끼고 자리한 절들이 기운이 좋다고들 합니다.
 

보리암은 경남 남해군에 있습니다. 남해군은 섬으로 이뤄진 지역입니다. 남해군의 큰 섬으로는 남해도와 창선도가 있습니다. 보리암은 남해도 금산 자락에 있구요. 자동차로 보리암 주차장을 찍고 가시면 보리암 아래에 주차를 하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보리암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함께 갈 수 없어요. 저는 저희 집 강아지랑 같이 갔는데 강아지가 들어갈 수 없다고 안내하셔서 차에서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강아지랑 같이 있었습니다. 
국립공원에서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아마도 생물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야생에 노출되면 기생충 문제도 있고, 환경오염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리암으로 가기 위해 남해도로 가고 있습니다. 사천을 통해 창선도를 지나 남해도로 갔습니다. 지금은 창선도와 삼천포를 잇는 다리가 놓여 있지만 다리가 없던 예전 가난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험한 바다를 나룻배를 타거나, 심지어 맨몸으로 수영해서 건너가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고달팠던 옛 시절의 애환이 느껴지는 이야기입니다.
 

창선도 해안가를 따라 길을 달리며 남해도를 감상합니다. 국립공원답게 매우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제가 간 날은 다소 흐린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때로는 우울하지만 차분한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보리암에 주차한 거 생략하고 보리암으로 순간이동했습니다. 경치가 정말 좋습니다. 보리암이 위치한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산악 구역입니다. 보리암에 올라가면 이렇게 한눈에 펼쳐진 남해바다도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날에 가면 더 밝은 경치를 볼 수 있어요.
 

금산은 아름다운 바위산입니다. 금산(錦山)이라는 이름은 조선 개국 당시에서 유래합니다.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100일 기도를 올린 후 조선을 개국하자, 이 산에 비단을 덮은 것과 같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옛날부터 기도빨은 좋았나 봐요.
 

보리암입니다. 기암괴석 아래에 암자가 있습니다. 전 옛날에 이런 산 꼭대기에 어떻게 절을 지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등산로도 없는 산으로 자재를 다 들고 와서 지었을까요? 생각할수록 대단한 거 같습니다. 고생도 엄청 했겠죠.
 

보리암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입니다. 높은 산과 넓은 바다가 어울립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더욱 분위기가 오묘해집니다. 이런 날씨도 매력 있네요. 저 먼 섬 쪽은 여수로 보리암만큼 유명한 향일암이 있습니다. 
 

보리암의 해수관음상입니다. 관음상은 너디넓은 바다를 보고 서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은 바닷가에서 중생을 돌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음보살에게 있어 바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입니다.
하나의 소원은 이뤄준다는 관음보살. 현생에 괴로운 우리가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관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해 줍니다. 관음보살은 중생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대자비의 보살입니다.
부처는 결코 중생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많은 사람들이 험한 바위산을 올라 마음속에 간직한 소원을 빕니다. 험한 산 꼭대기까지 올라오면서까지 원하는 간절한 소원이 있다면, 들어주는 것이 자비겠지요. 어쩌면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도 많은 중생들의 염원이 담겨서 커다란 기운을 만들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절에 가면 그때그때 내 마음에 따라 부처님의 표정이 달리 보인다고 합니다. 은밀한 속내를 품고 절에 오면 호통치는 듯한 표정, 간절함을 안고 오면 나를 안아주려는 느낌, 공의 마음으로 오면 평온한 깨달음의 표정을 부처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세상 모든 기쁨과 고통과 간절함과 미움과 욕심을 모두 받지만 늘 자비의 자세로 서 계십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은 언제나 인자하고 포근한 표정을 가지고 계십니다. 저는 절에 가면 항상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말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살면서 세상 모두가 나를 버린다는 기분을 느끼지만, 절대 누군가는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데서 우리는 위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볼수록 신기합니다. 이런 바위산 위에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었는지 ㅎㅎ
 

금산은 아름다운 바위산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상사암, 대장봉, 화엄봉, 좌선대 등 많은 바위봉들이 금산의 일원입니다. 
 

번외로 보리암 올라가는 길입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15~20분 정도 걸리지만 경사가 꽤나 가파릅니다. 바위산이기에 그렇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돌탑이 있습니다. 보리암은 사계절 각자의 풍경을 지닌 멋진 곳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풍경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간절하게 이 길을 올라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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