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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찾은 자연과의 조화

김 치킨 2023. 5. 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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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소백산에 다녀오며 부석사에 들렸습니다.

 

영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부석사는 영주시 부석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부석사는 영주시와 봉화군 사이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영주 시내에서는 차로 30분 정도 시골길을 달려야 도착합니다. 아주 외딴곳에 있죠.

 

부석사는 익히 알려진 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돼 있습니다.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정식으로 등재되며 부석사도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부석사 외에도 양산 통도사, 속리산 법주사, 공주 마곡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까지 6곳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됐습니다.

 

부석사는 무량수전으로도 유명합니다. 과거 국사 교과서에서 봤던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무량수전입니다. 무량수전은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돼 있기도 합니다.

 

저에게 경북 내륙 지역은 낯선 동네입니다. 딱히 일가 가족들이 사는 것도 아니고, 교통 문제 등으로 막연히 가기 쉽지 않은 동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번에 소백산에 간 김에 겸사겸사 부석사는 꼭 가야 했어요.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ㅎㅎ 온 김에 소수서원도 들릴까 했는데.. 졸려서 소수서원은 패스했습니다. 언젠가 올 기회가 있겠죠. 참고로 안동이 한국 양반 수도라면 영주는 선비 수도입니다.

 

부석사에 도착했어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주변 시설이 많이 정비가 된 것 같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변 환경 정비뿐 아니라 관리도 한층 빡세진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예전에 서오릉은 제 친구 사생대회 가서 도시락 먹고 그랬었는데 세계문화유산 지정되면서 안에 쓰레기통도 없어졌다 하더라고요. 여튼 주변 환경 관리에도 열심히입니다.

 

 

부석사 가는 길입니다. 부석사 근처로 가면 이렇게 넓은 도로가 나옵니다. 영주 시내에서 부석사까지 25키로 정도 떨어져 있고, 차로 30~40분 정도 걸립니다. 영주 시내만 벗어나면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계속 달리면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지금은 부석사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는데 과거에는 어땟을지 궁금합니다.. 부석사 가는 날 날씨도 너무 좋았어요. 그야말로 5월의 봄날 느낌 물씬 나서 창문 열어놓고 바람맞으면서 차를 타고 갔습니다.

 

제가 간 날은 평일이라서 부석사로 가는 길에 차가 오직 저 혼자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홀로 남은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다소 따뜻한 바람과 강한 햇살이 5월인 티를 팍팍 내주길래 기분 좀 내봤습니다.

 

부석사 주차장 입구입니다. 대형 분수 연못이 있어요. 여기 포토존이 있는데, 무지개 포토존인가?? 날 좋을 때 분수쇼 하는 날 포토존에서 사진 찍으면 무지개가 생긴다고 합니다. 전 혼자 갔기 때문에 찍어줄 사람도 없고 그냥 패스했습니다~!! 

 

부석사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주차장 쪽에 기념품이나 간단한 음식, 지역 토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어요. 된장도 팔고.. 간식도 팔고 그랬습니다. 평일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주말 되면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생각했어요.

 

아 참고로 최근 조계종에서 사찰 입장료 등을 받지 않으면서 부석사도 별도의 입장료가 없었습니다. 제가 갔을 땐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비도 안 받았어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서 공짜 주차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몇 군데 절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입장료 다 폐지됐습니다. 불교에 대한 진입 장벽이 한층 더 낮아지겠어요.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입구에 설치된 영주시 관광안내도 및 부석사 안내도입니다. 영주는 대한민국 선비 수도입니다. 영주의 대표 서원인 소수서원부터, 순흥향교, 이산서원, 백산서원, 노계서원, 구고서원 등 다양한 서원들이 있어요. 아울러 영주에는 선비촌도 있어요. 가히 한국 대표 선비 도시답습니다.

 

가물가물한데, 흥선대원군 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조선시대 때 서원 다 샷다내리게 한 정책 있었잖아요. 그때를 잘 버텨낸 파이널 멤버인 서원입니다.. 흥선대원군의 서슬 퍼런 서원 철폐 정책을 이겨낸 선비들은 훗날 일제 독립투사로 변신해 독립운동에 투신합니다. 칭송받을 우리들의 증조부, 증조모님들입니다.

 

각설하고, 부석사 입구 일주문입니다. 태백산 부석사라고 써져 있습니다. 돌이 뜨는 절이라는 의미인데 이와 관련된 설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긴 태백산이 없는데 왜 태백산 부석사야?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입구에서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안내 사인을 게시하고 있었어요. 근데 말을 물은 물이요 흐르는 건 무엇이느냐 이런 식으로 어렵게 해 놔서 해석을 좀 해봤습니다.

 

얼추 정리해 보면

 

"원래 태백산과 소백산의 경계는 현재의 소백산 가운데의 고치재(현 고치령)를 두고 나뉘었는데,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태백산 일부를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지정, 과거 태백산이라 불리던 위치에 있던 부석사가 공원 지정 이후 소백산에 위치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부석사 일주문에 태백산이라 써져 있는 것은 전통적인 지역 구분에 따른 것"이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태백산과 소백산은 태백산맥으로 이어진 산이라 굳이 경계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볼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차장에서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갑니다. 올라가다 보니 열이 오릅니다. 은근히 경사가 있고 거리가 길었어요. 땀 안 나려고 천천히 걸었는데 15~20분은 걸어간 것 같습니다.

 

오르막길을 계속 올라가니 부석사 경내로 들어가는 첫 문인 천왕문이 나옵니다. 천왕문을 지나면 부석사 경내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와요. 천왕문 옆에는 당간지주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절에 행사가 있을 때 당간지주에 깃발을 걸어놨다고 합니다. 당간지주의 용도는 깃발 게양대군요~!

 

천왕문을 지나면 부석사가 등장합니다. 저 계단 경사도 높고 높이도 높아서 조심히 올라가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 날 수 있을 듯..

 

부석사 경내로 들어와서 뒤를 돌아봅니다. 깊은 산속에 위치한 부석사입니다. 부석사는 절이지만 분위기가 여타 절과는 좀 달랐어요. 고즈넉하게 잘 꾸며놓은 정원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찰의 위엄일까요?

 

부석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676년에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석사는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아주 오래된 절이예요. 긴 시간을 견디면서 창조되고 무너지고 고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천왕문 이후로 쭉 일직선으로 걸어가며 경내를 가로질러 갑니다. 걸어가며 경내를 둘러봐요.

 

부석사는 경내도 잘 꾸며놨지만, 부석사의 백미는 뒤돌아서서 본 경치라고 생각합니다. 켜켜이 쌓인 산능선들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 조금만 더 가야 합니다. 부석사의 하이라이트인 무량수전은 한 계단 더 올라가야 해요. 거기서 완성형 산수화를 보도록 합시다.

 

계단을 올라가면 안양루가 있습니다. 저 문을 넘어가면 무량수전입니다~! 안양루는 북과 용머리를 한 물고기 장식이 있었어요. 시간 되면 스님이 저 북을 둥둥 치는 것 같아요.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점심 즈음에 갔는데 공양시간 중이라 그런지 조용했어요 절이.

 

부석사 무량수전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무량수전은 정말 유명한데요. 아까 말한 것처럼 건축적, 미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건물입니다. 이러한 무량수전의 우수함은 최순우 선생님의 유명한 저서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나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아마 제 나이 또래되시는 분들은 예전에 느낌표 프로 통해서 많이 아실 거예요.

 

아쉽게도.. 무량수전에 모셔져 있는 소조여래좌상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5월 11일에 갔는데.. 5월 12일까지 문화재청에서 국보 관리에 들어가는지.. 안에 문화재청에서 온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더라구요.. 먼발치에서 삼배만 드렸습니다. 문 밖에서 인사드리니.. "담에는 꼭 안에서 인사하거라"라는 눈빛으로 절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담에는 안에서 인사드릴게요.

 

참고로 부석사는 국보 밭입니다. 건물 자체가 국보인 무량수전부터 무량수전 앞 석등, 무량수전에 모셔진 소조여래좌상, 조사당과 조사당 벽화가 모두 국보이며, 부석사가 보유하고 있는 괘불탱, 불상, 석탑, 당간지주 등이 보물과 경북도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그야말로 문화재 천국입니다. 

 

교수님들이 이곳에 와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알 것 같습니다.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소백산 자락의 모습입니다. 마침 새가 한 마리 날아가네요. 정말 맑은 하늘에 멀리까지 산들이 각자의 능선을 보여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부석사의 고즈넉하면서도 정돈된 모습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무량수전 자체의 아름다움도 나라의 보물이지만, 저는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이 경치에 주목했습니다. 산이 주는 압도감을 느끼기 위해서 구름이 낮아 운해가 낀 날 오면 정말 장관이 펼쳐지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최고(最古) 목조 건축을 꼽아라 하면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이 꼽힙니다. 다만, 수덕사 대웅전을 제외하면 정확한 창건 시기를 알 수 없습니다. 수덕사 대웅전이 몽고 간섭기인 1308년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고, 무량수전과 극락전은 1200년대 중후반으로 추정만 될 뿐입니다.

 

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량수전은 이 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T지만 블로그 할 때는 F가 된답니다^^

 

잠깐 자리를 옮겼습니다. 무량수전 옆에 있는 불상입니다. 오랜 세월이 느껴집니다. 근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어요.

 

다시 무량수전으로 왔습니다. 아주 청명합니다. 하늘과 찰떡이에요.

 

부석사 무량수전은 건물 내외로 미학적인 우수함을 보입니다. 종교 건축 측면에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경건함을 갖출 수 있게끔 구조가 설계돼 있습니다. 가령 무량수전은 안양루 아래의 계단을 다 올라오기 전에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안양루 아래의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가면서 무량수전의 모습을 조금씩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이를 통해 부처님 앞에서 경건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절들에 모셔져 있는 불상들은 법당 안쪽에서 정면 가운데를 바라보며 배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무량수전은 대단히 독특하게 동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서쪽은 극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처님이 극락에서 중생들을 굽어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건축적으로도 독특합니다. 저는 전공이 아니고.. 잘 모르지만 배흘림기둥이 무엇인지 압니다. 배흘림기둥은 기둥의 구간별로 굵기에 차이를 두는 건축 양식으로 주로 몸통 부분의 굵기가 가장 굵습니다. 그래서 가운데에서 보면 직선 기둥이지만 곡선의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합니다. 이 사진을 보면 기둥이 곡선처럼 부드럽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진의 석등도 국보입니다. 국보가 한 자리에 3개나 있는 보물섬과 같은 곳 부석사.

 

안에 들어가도 되긴 했던 것 같은데.. 문화재청 조사로 인해 그냥 안 들어갔습니다. 문화재보존한다는데 굳이 들어갈 필요 있겠나했구요.. 촬영 작업도 같이 있어서 암막을 쳐놔서 그런지 엄청 어두컴컴했습니다. 보존은 잘해야지요..

 

최순우 교수님께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바라본 풍경이 이 풍경입니다. 산과 불교의 조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이상적인 자연과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없던 도도 닦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량수전을 둘러보고 조용히 경내를 빠져나갑니다. 제가 부석사에 대해 꼼꼼히 안 살펴보고 가서 자인당, 조사당은 못 보고 갔습니다. 부석사 경내에서 좀 더 산을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 시간문제도 있고.. 포커스를 등산에 맞춰서 부석사는 무량수전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갑니다. 경내에 물이 졸졸 흐릅니다.

 

사찰 경내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비워지면서 정화되는 기분이 듭니다.

부석사 경내에서 나가는 곳의 풍경입니다. 부석사는 봉황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절 전체가 계단식 구조로 돼 있습니다. 요즘 산 쪽에 지어지는 신축아파트들 보면 입구에서 지하주차장 들어간 다음에 지하에서 엘베 타고 단지 돌아다니는 것처럼 그런 구조로 돼 있습니다. 1300년 전 요즘 신축아파트처럼 구조를 만들다니 조상님들 대단~~

 

각설하고 부석사는 계단식 구조로 절이 이뤄져 있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절입니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까지 다음에 무엇이 있을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일주문, 천왕문, 삼층석탑, 종각, 안양루를 차례대로 마주해야 끝끝내 무량수전이 나오는 것처럼 나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층층이 산세만 상수로 존재할 뿐 절 안의 모든 요소들은 미지의 세계로 다가옵니다.

 

다시 일주문을 지나 부석사를 떠납니다. 단청을 새로 칠했나 봅니다. 색깔이 아주 쨍했어요. 불교가 색채 감각도 그렇고 전 아주 힙한 것 같습니다. 우리 전통에서 불교를 뗄래야 뗄 수 없는데.. 최근 경복궁에서 구찌 패션쇼한 것도 보면.. 요즘 추구되는 힙한 감성이 불교에 녹아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부석사는 아주 재미있는 절이었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곳을 찾아와도 좋지만. 한국의 미를 알고 싶은 분들도 이곳을 찾아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흔히 한국의 미를 자연과의 조화라고 하잖아요? 아주 그러한 한국의 미에 잘 부합하는 사찰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만든 인공물이지만.. 자연과의 조화가 잘 이뤄졌고.. 그걸 좋아하는 걸 보면 저도 한국인 맞나 봅니다. 

 

 

부석사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강아지를 만났습니다. 이쁘다고 다가가서 사진 찍는데 저한텐 큰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부석사 근처에는 순흥 학교도 있습니다. 국내 최대 안 씨 집안(유일한 것 같긴하던데 잘 모르겠음)인 순흥안 씨의 집성촌이 여기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영주 순흥면입니다. 순흥안씨가 아주 유명하죠. 안강최 고집 중에 가히 넘버원입니다. 저도 안씨 피가 반은 섞여 있어서 저거 찍어서 집에 안씨 식구한테 보여줬습니다. 여기가 본거지라고.

 

아무튼 보여주고 전 풍기 온천으로 갔습니다. 온천이 유명한데 또 안갈수가없죠.. 리조트에서 하루 자고 갔습니다. 풍기 온천 물이 좋아서 씻고 나오니 얼굴이 부들부들해졌습니다.. 강추.. 아래는 막간으로 리조트에서 찍은 사진 보여드릴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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