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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 야경보러 코끼리 산으로. 그리고 만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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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 야경보러 코끼리 산으로. 그리고 만찬.

김 치킨 2023. 5.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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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강행군으로 몸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3일 차 오후에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숙소에서 다 같이 곤지암보고, 낮잠도 자면서 휴식을 취했어요. 타이베이에서 갈만한 데는 다 갔다는 판단도 들어서 휴식을 동반한 힐링타임을 가졌습니다.

 

낮잠 자고 일어나서 저녁엔 무엇을 먹을까 다들 궁리했어요. 사실상 마지막 날 밤인데 기억에 남을만한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고. 그래서 거위 요리를 먹을까?라고 생각해 봤지만.. 여러 깊은 논의 끝에 무한리필 훠궈(핫팟)를 먹기로 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

 

먹기 전에! 배를 꺼트려야겠죠? 먹으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죄가 씻겨 내려가요. 그래서 타이베이 101 야경을 보기 위해 상산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상산(象山)은 한자 그대로 코끼리 산입니다.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흔한 클리셰로 추정해 보면 산의 형상이 코끼리와 닮아서 상산이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상산은 빨간 노선의 종점인 상산역에 있어요. 타이베이 101 역과 한 정거장 떨어져 있어요. 타이베이의 유명 야경 코스 중 하나입니다. 상산은!

 

상산역 출구 안내도입니다. 상산역은 신이구에 위치해 있어요. 신이구는 타이베이 101 등 타이베이의 주요 중심지입니다. 

 

상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아주 럭셔리한 맨션입니다. 조각상도 럭셔리해 보이네요. 타이베이 부자들은 이 동네에 많이 사나 봐요.

좀 더 걸어가니 건물 벽에 부처님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거룩하여라.. 불심 충만해지며 상산으로 올라갑니다.

 

상산을 올라갔는데 이 날이 정말 습해서 체감온도가 너무 더웠습니다. 그래서 올라가는 과정은 사진을 못 찍었어요. 올라가는 길이 어둡기도 해서 사진 찍었어도 아웃풋이 만족스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상산은 높이가 180미터 정도인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경사가 가팔라서 빠르게 올라가면 상당히 힘들었어요. 4월 29일 마지막 날 하필 습도도 높아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머리칼도 다 젖었어요. 열이 많아서 전 더 심했음. 우리 일행만 땀에 젖은 것 같아서 더 민망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디게 뽀송뽀송해 보이던데 우리만 뭐가 잘못됐나 생각도 함..

 

아무튼 열심히 상산 계단을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1차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보는 타이베이 야경 엄청 좋아요. 올라가면서 힘들다 생각했던 것들이 다 잊힐 정도!

 

타이베이 101 및 신이구 중심 지역 야경입니다. 날이 정말 습해서 구름도 낮게 깔렸어요. 타이베이 101 탑층 부분이 구름에 흐릿하게 보입니다. 밤이 더 깊어지니 아예 구름에 가려서 불빛만 볼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 101 정상에 파란 불빛은 아마 미세먼지 알리미가 아닐까요? 생각이 듭니다.

 

1차 전망대에서 경치 감상하고 더 올라갑니다. 산을 갔으면 끝장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가보기로 했어요. 올라가니깐 좀 더 높은 곳에서 야경을 조망할 수 있었어요. 근데 나무가 있어서 탁 트여서 보지는 못했음. 데크로 만들어놓은 1차 전망대에서 보는 게 트인 풍경으로는 제일 나은 것 같아요. 관광객들도 그렇게 힘 빼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 같고.. 정상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여요. (게다가 우리가 못 찾았는지 몰라도.. 정상에 딱히 전망대라 할만한 게 없어서 빈 공터 같은 데서 풍경 봤어요)

 

타이베이 101만 죽어라 찍으면서 야경 조졌습니다. 타이베이의 눈부신 경제발전 상황을 볼 수 있는 야경이었습니다. 타이베이 씨티. 역시 TSMC의 나라... 이제 야경 봤으니 내려갑시다.

 

상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땀을 너무 흘려서 수분이 부족합니다. 자판기에서 생수를 사 먹으며 골목길을 내려왔어요. 대만의 주택가를 지나가며 사당이 하나 보여서 찍었습니다.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대만은 주택가 곳곳에 불교 및 도교 사당이 많이 있었어요. 저렇게 점포식으로 오픈 시간 동안 문 활짝 열어놓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둔황 석굴 같은 부처님 사진을 도색해 놨네요. 붉은 등이 분위기를 더 성스럽게 만들어줍니다.

 

이 날 가장 잘 찍었다 생각되는 사진입니다. 상산에서 내려와서 밑에 주택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구름이 더 낮고 짙게 깔리면서 타이베이 101이 가려지기 시작합니다. 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네요. 거대한 타이베이 101과 이것이 내려보는 주택가의 조밀한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산 근처 큰 도로까지 걸어 나와서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왜냐면 만찬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죠~!

 

타이베이 101이 있는 신이구에서 송강남경역까지 우버를 타고 갑니다. 고가도로를 타고 빠르게 갈 수 있었어요. 역시 타이베이의 강변북로답네요.

 

숙소에 도착해서 몸을 청결히 하고 옷을 갈아입고 중산역으로 갑니다.

 

타이베이의 강남이라는 중산역으로 걸어왔어요. 송강남경역이랑 중산역은 지하철역 하나 거리라서 가볍게 걸어가기 충분합니다. 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운 것처럼 더 거리를 즐기면서 갔어요.

 

훠거를 먹기로 결정하고 원래 우버 타고 가면서 본 티라노 훠궈(간판 뭐라고 읽는지 모르겠는데 간판에 티라노가 그려져 있어서 걍 우리끼리 티라노 훠궈라고 함)에 가려했지만.. 도저히 어딨는지 기억이 안 나서 유명하다는 데로 갔습니다. 저희는 마라훠궈 중산점으로 갔어요. 대만 체인 훠궈집 같고요. 여기는 1인당 우리 돈으로 4만 원 정도 내면 모든 게 무한리필입니다. 훠궈 고기, 채소는 물론이거니와 맥주, 아이스크림까지요. 대박임.

 

마라훠궈 중산점으로 돌격함.

 

주문은 제 친구가 해서 뭐 시켰는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메뉴판에 한국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영어로 메뉴판이 있어서 주문하는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마지막 날밤까지 예산이 상당히 남아있어서 여기서 셋이서 한 12만 원 정도 나왔습니다.

 

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버섯, 청경채, 천엽, 오뎅, 고기, 탕이 줄줄이로 나옵니다. 훠궈의 꽃은 육류겠죠? 여기는 좋은 게 고기 구색이 아주 좋습니다. 소고기도 미국산, 호주산 구분돼서 나오고 부위별로 구분해서 나오고 제일 좋은 건 양고기도 나와요. 양고기 개 맛있음... 양고기 매니아는 아주 즐거웠음.

 

정신력으로 먹었어요. 무한리필에서 음식은 정신력으로 대해야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일부러 별로 먹지도 않았어요 융캉제 이후로. 고기만 한 대여섯 판 리필해 먹었어요. 양고기 소고기 차돌박이 다 먹음. 고기 설명을 한글로도 해주고 각 부위별로 어떤 고기인지 안내 팻말을 붙여놨습니다. 굿. 

 

저 소스는 친구가 만들어줬어요. 친구가 음식 좋아해서 이것저것 취미로 요리를 잘하고 맛 콤비네이션도 잘하더라고요. 솜씨가 좋은 친구임. 저는 그런 관념이 별로 없어서 즈마장만 왕창 들고 와서 좀 소스 망했는데, 친구가 즈마장에 고추기름이랑 뭐 고추 마늘 등등 넣어서 아주 맛있게 만들어줬어요. 저 훠거 먹는 내내 저 소스만 왕창 만들어서 찍어먹음. 진짜 개 맛있었어요ㅋㅋ

 

먹다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하겐다즈로 속을 refresh 해줬습니다. 여기 진짜 좋은 게 디저트 무한리필인데 무려 하겐다즈였어요. 하겐다즈 말고도 스위스 뫼벤픽 아이스크림도 있었어요. 와 씨 한국에서 하겐다즈 있는 뷔페 가려면 최소 10만 원이다 이러면서 하겐다즈랑 뫼벤픽 엄청 먹음. 

 

글고 먹다가 아이스크림 먹으면 속 좀 진정되는 느낌 나는 거 아시죠?? 아이스크림 겁나 먹고 최후의 결전을 치르려고 한판 더 주문함.

 

마지막 결전에 맞이한 고기 드립니다. 저거 먹고 너무 배불러서 숨도 못 쉬었음.. 배부르면 기분 나빠지는 거 알죠. 그런 느낌 들어서 황급히 나와서 숙소까지 걸어갔어요. 중산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소화 좀 시키고 들어가려고요.

 

그래서 중산 뒷길을 좀 걸었습니다. 중산은 타이베이의 강남이라서 사람들이 뒤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있었어요. 위스키바부터 노래방도 있고 고급 술집, 한국식 일본식 술집까지 다양한 술집들이 많이 있었어요. 담에 대만 오면 여기서 술 먹고 싶어요. 카발란 파는 위스키바가서 위스키 싸게 먹고 싶다는 생각했음.

 

중산이 타이베이의 강남이라지만 그래도 강남처럼 완전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녔어요. 왜냐면 저 술집들 위층이 거주지라서 시끄럽게 하면 안 되는 것 같았음. 올려다보니 빨래 널어놓고 그렇더라고요. 떠들면 바로 민원 넣을 거 같았음..

 

담엔 여기서 술 먹자는 약속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가서 소화제 먹고 잤어요. 사실상 오늘이 타이베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담날은 16시 비행기라서 13시에 타오위안 공항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친구가 다행히 레이트 체크아웃을 받아놔서 12시에 나와서 정리하고 타이베이 중앙역 가서 MRT탈 예정입니다. 

 

안녕 타이베이.. 담에는 더 열심히 놀아줄게. 타이베이 넘 좋음. 진짜 한 2년만 살고 싶어요. 제일 살아보고 싶은 외국 도시임. 굿바이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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