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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야간등산] 산들의 어머니, 소백산의 편안한 품 속으로 1 본문

집을 떠나면/국립공원 투어

[혼자 야간등산] 산들의 어머니, 소백산의 편안한 품 속으로 1

김 치킨 2023. 5. 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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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가게 됐습니다. 5월에 시간이 많아지면서 국립공원을 몇 군데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허락할 때마다 열심히 올라가 보려 합니다.

 

지난해 10월 태백산 일출을 보려고 심야 산행을 한 적있었습니다. 그때 야간 산행의 재미에 빠졌어요. 저는 일출보다는 일몰의 풍경을 더 좋아하는데, 산에서 일몰을 보면 내려갈 때 다칠 수 있고 그러니 일출을 보러 산을 갑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해가 뜨며 거대한 산을 일깨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일출 산행의 묘미라 생각이 듭니다..

 

일출 산행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개 새벽 3~4시쯤부터 올라가야 일출을 볼 수 있어요. 어두컴컴해서 산 올라가는 길이 무섭기도 하고, 가을철보다 해가 더 빨리 뜨기 때문에 한밤중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게다가 저는 전문 등산인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들이 초행길이라 더 집중해서 올라가야했어요. 코스로 어려운 코스 말고 가장 대중적이거나 쉬운 코스로 갔어요. 그래야 시간도 맞추고 안전도 담보할 수 있음.

그래서 '악(岳)'자 들어가는 산이나 바위산은 안 가고 있습니다.

 

소백산은 5월10일에 올라갔어요.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 경북 영주로 갔어요.

 

소백산은 경북 영주와 봉화, 충북 단양에 걸쳐있는 국립공원으로 1987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최고봉은 비로봉으로 그 높이가 1,439미터에 달하는 높은 산입니다. 소백산은 철쭉이 유명한데, 5월 말 철쭉이 만개한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철쭉이 피기 시작한 때여서 그렇게 만개하지는 않았어요. 글을 쓰는 지금 갔으면 철쭉 제대로 봤을 건데.. 타이밍이죠.

 

부산에서 영주로 가는 기차는 무궁화 기차를 탔어요. 무궁화 기차를 타면 기차 여행하는 느낌이 물씬 나요. 

어릴때 대학생 시절 내일로 여행할 때 무궁화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던 생각이 납니다. 배낭 큰 거 메고 무궁화를 타니 그때 기억이 납니다. 체력과 열정으로 무장해서 일주일 동안 전국 다 돌았는데.. 지금은 열정만 남고 체력은 많이 까먹었습니다.

 

새로 단장한 신해운대역에서 무궁화 기차를 타고 울산, 대구, 안동 등을 거쳐 영주로 갑니다. 사진들은 가는 길에 찍은 풍경들이예요. 국내 여행의 매력은 익숙하지만 직접 접할 기회가 잘 없던 자연을 즐기는 데 있다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도시에 사는 현실에서 이런 풍경들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지나가면서 찍은 어떤 작고 이쁜 역입니다. 역 이름은 화본역. 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있습니다. 역에서 잠깐 정차했습니다. 잠깐 정차하면서 풍경을 보는데 역에서 촬영 중이었습니다. 역 분위기를 보니 로맨스물을 찍나 생각을 했어요.

 

계속 갑니다. 해운대에서 영주까지 기차로 세시간 걸려 갔어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기차를 타면서 꾸벅 졸기도 하고, 풍경도 보면서 지나갔어요. 사진은 경북 영천 부근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날씨도 좋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과 농번기를 앞두고 바쁜 농부들이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의 시골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데서 3박 정도만 하면서 풍경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바쁜 현대 도시인들에게 비움의 시간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영주에 도착했습니다. 영주역은 지금 리모델링중이라 역 외부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어요. 아주 세련되지만 고급지게 리모델링될 거라 합니다.

 

영주에 왔으니 영주의 명품 분식집이라는 나드리 분식집에서 배달을 시켜봤습니다. 쫄면과 돈까스를 시켰는데 배 터지는 줄 알았어요. 쫄면은 너무 매웠음.. 맛은 있지만, 전 매운걸 정말 못 먹기 때문에 매운 거 즐기는 자라면 아주 즐길 수 있겠다 싶은 매움임.

암튼 저는 너무 매워서 맛이고 뭐고를 못 느꼈습니다. 돈까스는 맛있었음. 내가 젤 좋아하는 코리안 스타일 돈까스임다.

 

밥 먹고 차를 렌트하기 위해 영주역 인근을 구경했습니다. 추억의 장우동이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장우동 정말 오랜만에 목격함.ㅋㅋㅋㅋㅋㅋ

 

차를 빌려와서 숙소에 주차하고 일찍 잤습니다. 22시쯤에 잔 것 같아요. 서너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올라갈때 위험하지 않습니다. 수면을 안하고 산을 올라가면 정신도 몽롱해지고 등산중에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아요. 일출보러 가시는분들은 서너시간이라도 꼭 자고 가세요.

 

 

잠깐 눈을 붙이고.. 정신을 차렸는데 여기였습니다. 사실 살짝 늦잠 잤어요. 5시 30까지 비로봉 올라가는 걸 계획하고 늦어도 3시에는 올라갔어야 하는데 잠깐 더 잔다고 하다가 4시에 올라갔습니다. 지각한 만큼 더 서둘러야겠어요.

 

저는 삼가동 코스로 갔습니다. 등산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초보자 코스입니다. 풍기 쪽 삼가 탐방지원센터에서 달발골, 잣나무 숲을 지나 비로봉으로 직행하는 코스입니다~~ 아직 어두운데, 어두운 산속에서 혼자 걸어가니까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크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길이 널찍하고 편하게 정비가 돼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한 것도 있었죠. 어두운 산길을 혼자 걷다가 가끔 조명을 다 끄고 천천히 걸어봅니다. 깊은 산속에 오직 인간이라고는 나 혼자. 주변에 들리는 소리들은 바람에 사각거리는 나무들과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소리, 그리고 멀리서 규칙적으로 울어대는 새소리뿐입니다. 

 

앞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달빛과 별빛뿐이지만, 잠깐이나마 인간의 편리를 던지고 캄캄할 때 캄캄해야 한다는 자연의 순리에 복종해 봅니다.

 

제가 간 날은 다행히도 날이 정말 좋았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밝게 떠 있었어요. 카메라에 별을 담을 수 없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면 별도 정말 밝게 빛났습니다. 소백산에는 천문대가 위치해 있습니다. 하늘에서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라 그렇겠지요?

소백산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어두워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자연의 실루엣이 만들어대는 야경은 환상적입니다.

 

자연에 취해 걷다가 큰일 났습니다. 가뜩이나 늦게 출발한 마당에 점차 동이 트고 있었어요. 비로봉까지는 4키로 넘게 남았는데.. 아뿔싸를 외치며 자연에서 깨어나 서둘러 걸어갑니다. 사실 이때부터 비로봉에서 일출보기는 글렀다고 생각함...ㅋㅋ

삼가 주차장에서 비로사를 지나 달발골까지 왔습니다. 삼가 주차장부터 달발골까지는 포장도로가 있어서 편하게 산을 올라갈 수 있었어요. 달발골부터는 본격 숲이 시작됩니다. 달발골에서 숲으로 들어가면 잣나무 숲이 나옵니다.

 

소백산 잣나무 숲입니다. 커다란 잣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풍경이 좋아서 잣나무 숲에서 잠깐 앉아서 물도 마시고 쉬다가 서둘러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잠깐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 해가 뜨고 말았어요. 비로봉에서 일출을 보려 했던 계획이 확인사살로 거품이 됐습니다. 그치만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는 법. 계속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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