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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야간등산] 산들의 어머니, 소백산의 편안한 품 속으로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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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야간등산] 산들의 어머니, 소백산의 편안한 품 속으로 2

김 치킨 2023. 5. 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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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미 뜨기 시작했고, 비로봉까지 거리는 아직 망망히 남았고.. 정상은 찍어야 하니 해가 뜨기 시작한 이후로도 열심히 소백산을 올라갑니다. 소백산은 높기도 하고, 코스가 긴 것을 간과하기도 했고.. 늦게 출발한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ㅜ

 

일출을 비로봉에서 보지 못헸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소백산에서 일출을 본 게 어디냐라고 그냥 의미 부여를 다르게 했습니다. 중요한 건 산에 올라간다는 거잖아요?? 산 중턱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잠깐 쉬어갔습니다. 해가 찬란하게 떠오릅니다.

 

비로봉 가는 길에 철쭉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했어요. 5월 중순이라 아직 철쭉이 만개하지는 않았어요. 먼저 핀 철쭉들도 있었지만 봉우리만 진 철쭉도 상당했습니다. 영주 철쭉축제가 5월 말인데, 그쯤이 철쭉 절정이라고 합니다. 

 

양반바위까지 갔습니다. 300미터 정도 남았어요. 저 구간쯤가면 숨이 차오르는 경사로는 없고 완만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소백산이 고도가 높기는 해도 험한 산이 아니라 등산하면서 정말 힘들다 무섭다 하는 생각은 크게 안 들었습니다. 햇빛을 받은 철쭉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갔습니다. 이미 해도 떴겠다 서두를 거 있나요ㅋㅋ

 

산길을 걷다보면 철쭉나무들이 길을 이쁘게 꾸며주고 있어요. 철쭉 절정되면 이 길도 사진 찍기에 딱일 것 같습니다. 좀 일찍 간 게 아쉬울 따름. 내년에는 여기서 철쭉이 만개한 장면을 볼 수 있겠죠?

 

철쭉을 보며 걷다보니 비로봉이 보입니다. 꼭대기에 데크 설치된 곳이 비로봉입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정상을 보니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걷습니다. 완만한 철쭉길을 걸으면서 어느 정도 호흡이 정리되며 체력도 회복했습니다.

 

비로봉으로 질주하면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저희 어머니 말씀하시길 소백산은 산들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찌를 듯이 솟은 봉우리는 없지만 완만하지만 거대한 능선들이 첩첩이 쌓여 이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붙여진 별명이랍니다. 이렇듯 소백산은 다른 산처럼 기암괴석이나 거대한 바위로 우리를 압도하지 않지만, 편안함이 있습니다.

 

우리를 편안케하는 소백산. 이 매력이 소백산이 우리를 끌어들이는 힘이지 않을까요?

 

비로봉에 다와갈 즈음, 조 조광래 조난 추모비라고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묘소는 아니고 추모비입니다. 듣자 하니 풍기 출신의 산악인인 조광래 선생님이 과거 주왕산에서 암벽을 타시다 유명을 달리하셨는데, 산악인으로서의 그분을 추모하는 비석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꽃이 놓여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는 조광래 선생님을 계속 그리워하나 봅니다.

 

저도 잠깐 멈춰서 조광래 선생님의 못다한 행보를 아쉬워하다 비로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소백산 정상부에 오니 식생이 달라집니다. 한라산도 이와 비슷하죠. 산 아래에는 잣나무, 소나무 등 키 큰 수종이 주를 이루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키가 큰 나무는 거의 없고, 야생화나 주목 나무 등 키가 작은 식물들이 주를 이룹니다. 이 나무는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백산 정상에는 주목 군락지가 있습니다. 참고로 소백산 주목은 천연기념물입니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비로봉이 근접하면서 계단이 이어집니다. 계단에서 잠깐 쉬다 소백산 자락에서 풍경을 바라봅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다 떴습니다..ㅜㅜ 마음을 비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군요.

 

소백산의 웅장한 기세가 느껴집니다. 거대한 산세가 두겹, 세 겹으로 등산객들을 맞이합니다. 

 

파노라마 사진도 찍어봤습니다. 사진 한 컷으로 담기에는 소백산의 사이즈를 담기에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파노라마는 그나마 좀 낫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카메라는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담기에 너무 부족할 따름입니다.

 

걸어 올라가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비로봉을 정점으로 펼쳐져 있는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계단의 끝에는 비로봉이 있습니다. 비로봉 정상석이 바로 눈앞에 있네요. 냉큼 가서 찍었습니다. 평일 아침 등산이라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찍어달라 부탁할 이도 없었기에 카메라를 돌 틈에 끼워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ㅋㅋ

 

비로봉 옆에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과거 비로봉 정상석 주변이 환경 정비가 안 돼 있어서 지저분했지만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비로봉 정화 작업을 하면서 시설도 보강되고 환경도 깨끗하게 단장했다고 안내하고 있었어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비로봉 꼭대기에서 앉아있었습니다. 혼자 소백산을 전세 낸 기분 좀 냈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비로봉 꼭대기에 누워서 하늘도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소백산 정상에 바람이 강하다고 듣고 왔지만 제가 갔을 땐 바람도 크게 불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적막했습니다.

 

거대한 소백산 꼭대기에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곤 나 혼자만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적막 그 자체. 늘 무언가에 둘러 쌓여 있는 현대인들은 이러한 기회를 얻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닙니다. 비로봉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 푸르기만 한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등산이 좋은 이유는 산 아래에의 근심과 걱정을 깨끗히 씻어낼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현실과 다른 풍경 속에서 가끔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부려볼 수 있고, 몸을 힘들게 함으로써 고난과 근심도 씻을 수 있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되겠네요.

 

산수화처럼 펼쳐진 소백산의 산줄기들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명산이지만.. 실제로 이런 장면을 눈에 담기는 쉽지 않죠.

 

저수지가 보이는 쪽이 제가 올라왔던 삼가탐방센터쪽 탐방로입니다. 그 옆에는 풍기 읍내입니다. 저 거리를 걸어 올라왔다니 제가 생각해도 제가 대단합니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천연기념물 주목 군락지가 있습니다. 최근 몇년사이 우리나라도 기후위기의 물결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언론보도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소백산 주목도 기후위기로 인해 잎이 누렇게 뜨는 등 대규모 고사 위기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산악 생태계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가 작게나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소백산은 바위산이 아니라 흙산이기 때문에 정상부가 초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돌아다니기에 큰 무리가 없어 비로봉에서 일어나 옆에 위치한 어의곡 삼거리로 가봅니다. 고도가 높아 5월임에도 아직 싹이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름에 온다면 더 생생한 초원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의곡 삼거리로 가는 길에는 데크가 설치돼 있어요. 그래서 이동하기 편리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동의 편의뿐 아니라 인근 식생을 보호하기 위해서 넘어가지 마라고 데크를 설치한 거 같습니다. 

 

소백산의 장엄한 풍광이 제 시선을 고정시켜 버립니다.

 

어의곡 갈래길까지 갔다가 다시 비로봉으로 돌아왔습니다. 너다란 고산 초원을 적막속에 걸으면서 가끔은 홀로 이 조용함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끔 누릴 수 있는 호사 아닐까요? 

 

다시 삼가탐방센터로 출발합니다. 소백산은 등산로가 그리 험하지 않아 내려가는 길도 크게 무리는 없었습니다. 

 

해가 뜨면서 보이지 않았던 소백산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날이 너무 좋아서 햇볕이 좀 따가웠습니다. 야간 산행이라 썬크림을 안 바르고 온 것이 좀 후회됐어요.

 

시원한 계곡도 있습니다. 본격 비가 내리는 시기가 아님에도 시원한 물소리가 일품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비가 많이 내리면 물살이 더 세차게 흘러내리며 우리에게 시원함을 안겨줄 것입니다.

 

달발골을 지나 마지막 내리막길입니다.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왔기 때문에 빠르게 내려가면서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산 중턱에 기다랗게 비어버린 부분이 마치 거인이 산을 할퀸 상처가 아닌가 상상해 봤습니다. 

 

소백산은 등산하기 어렵지 않은 산이라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등산해 봐도 좋습니다. 설경도 아주 좋다는데.. 전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해서 겨울에는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소백산에서 내려온 다음에 숙소에서 정리를 하고 영주의 자랑거리인 부석사도 다녀왔습니다. 인근 풍기는 풍기온천도 유명합니다. 저녁에 온천리조트에서 하루 묵었는데 역시 온천물은 다릅니다. 얼굴이 부들부들해져요. 베리 굿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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