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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민족의 영산 태백산, 백두대간서 본 일출

김 치킨 2023. 5. 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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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태백산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출 산행에 재미를 들이게 된 계기가 된 산이기도 하죠.. 지난해 10월에 갔던걸 이제사 올립니다. 제 태백산 탐험기를 공유해 볼게요. 해도 보고 태백 한우도 먹고 아주 알찼습니다~!

 

금요일에 갔던 걸로 기억해요. 강변역에서 마지막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태백으로 떠납니다. 저희는 유일사 탐방로 쪽으로 올라갔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해서 새벽 네시에 올라가기로 정했어요..

 

문제는 태백에서 뜨는 시간을 어떻게 때울 것인가? 였는데 찾아보니 다행히 무인카페도 있고 식당도 심야 영업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가서 일단 시간을 보내보자 결정하고 22시경에 버스에 탔습니다. 심야시간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서 그런지..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3시간 만에 도착했어요. 

 

중간에 정선 랜드 쪽에서도 내려주고 강원도 산골을 막 가심..

아마 새벽 1시 반쯤에 태백에 도착했어요.

강변북로를 뒤로 하고 태백으로 떠납니다. 시골 국도를 달리다가 잠깐 화장실 가라고 정차한 휴게소입니다. 심야 시간이라 영업은 안 하고 화장실만 갔어요. 시골길에 문 닫은 휴게소가 있으니 귀곡산장처럼 으스스했습니다.

 

태백에 도착했어요. 가을이라 날씨가 다소 쌀쌀했어요. 태백 터미널은 태백 기차역 바로 앞에 있습니다. 사람 없는 밤거리를 돌면서 태백 시내를 대충 둘러봤구요. 종종 문 연 가게 들고 있긴 했어요. 퇴근하고 막차 타고 바로 온 상황이라 출출해서 밤늦게 문을 연 한 식당에 갔어요. 식당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우 실비집 많은 황지연못 인근 식당이었어요. 할머니 한 분이 음식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태백이 한우가 유명하더라구요. 고기를 이 시간에 구울 수 없으니 육회로 대체했습니다. 육회비빔밥이랑 된장찌개랑 해장국을 시켰어요. 역시 한우의 도시답게 육회가 맛이 좋습니다. 시장이 반찬이기도 하고.. 장소가 또 장소이다 보니 더 맛있게 잘 먹었어요. 태백이 과거 탄광촌으로 이름을 날리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도시가 쇠퇴하고 있잖아요. 일 마치고 하루의 피로를 된장찌개로 푸는 광부의 삶에 빙의해서 잘 먹었습니다ㅋㅋ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는데.. 동네가 다 문을 닫아서 어디 갈 데가 없었어요. 무인카페를 갔습니다. 무인카페에 공부를 하는 사람 몇과 우리처럼 산에 가는 복장을 한 아저씨 한 분이 커피를 앞에 두고 주무시고 계셨어요. 우리는 잠은 별로 안 왔는데.. 진짜 할게 별로 없어서 '안 되겠다. 피씨방이라도 가자!'라고 해서 피씨방에 갔어요.

 

피시방 가니깐 시간이 좀 잘 감ㅋㅋㅋ오버워치하고 그렇게 시간을 때움. 세 시반쯤 돼서 피씨방을 나와 택시를 잡아 유일사 주차장으로 갔어요. 태백산 유일사 주차장으로 가자고 하니 딱 봐도 외지인 티가 났나 봅니다. 택시 아저씨가 여러 가지 태백산 등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택시 아저씨 曰 "태백산은 언제나 좋지만 설산이 절경이다. 겨울에 눈 왔을 때 와봐라"라고 하셨어요. 설산은 아름다운데.. 전 추운걸 안 좋아하므로 향후 갈 날을 기약만 해봅니다.

 

유일산 주차장에서 간단하게 정비를 하고 친구랑 같이 태백산을 올라갑니다.

얼마 전에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막내 국립공원이 들어왔죠? 팔공산 이전에 막내 국립공원은 태백산이었습니다. 태백산은 제 기억에 2015년인가 1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어요.

 

태백산 높이는 1,567미터로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 태백산을 강원도의 영산으로 쳐주고 있습니다. 태백산은 설악산과 달리 비교적 완만한 산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간에 산행을 하더라도 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이번에도 날씨가 도왔는지 하늘이 아주 깨끗했습니다.

 

태백산은 성스러운 산으로 정상인 장군봉 부근에 하늘에 제를 올리는 천제단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요. 제가 올라갔을 때도 어떤 무속인이 올라와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단군신화에서 단군이 태백산에서 하늘에 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지만 실제 현재의 태백산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태백산은 실제로 올라가서 바라보면 신령함이 느껴집니다.

 

동이 트기 직전 끝없이 깔린 운무, 그 위를 뚫고 솟은 검은 봉우리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끝없는 산봉우리가 마치 망망대해의 파도를 이루는 것 같아 보입니다. 웅대하고 위대한 자연 속에서 우리는 그 힘에 압도됩니다. 예부터 태백산을 영산이라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올라갑니다. 태백산 유일사 탐방 구간은 별로 어려운 구간이 아닙니다.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길이 편하니깐 주변도 구경하게 됩니다. 그날따라 달이 무척 밝았어요. 

 

랜턴 끄고 걸어가 봤는데 달빛이 참 밝아서 피아식별이 될 정도였어요. 은은하게 쏟아지는 달빛이 무척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올라가다가 태백사라고 쓰인 표지석을 마주칩니다. 사진이 무슨 잊힌 고대 유물 찾아낸 것처럼 나왔네요.. 좀 으스스하기도 하고. 근데 그때 분위기 전혀 안 그랬습니다. 좀 숨이 차긴 했어도 하하호호 웃으면서 올라갔어요. 아, 근데 우리 올라가는 길에는 태백사라는 절이 없었는데.. 과연 뭐지..? 개소름ㅋㅋㅋ

 

달도 밝고 별도 밝고 진짜 좋았어요. 서울에서는 절대 이런 하늘 못 봄. 오직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연을 벗 삼아 살아야 해요. 우리가 도시의 편의 없이 실수 없이 진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인간성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날도 팀장때매 개빡쳤는데 태백산 가자마자 생각 하나도 안 난 거 보면, 피톤치드가 확실히 스트레스를 줄여주긴 하나 봐요.

 

정상 부근의 천제단까지 1.4키로 남았습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태백산 유일사 코스는 경로가 좀 짧았어요. 태백산이 1,560미터 정도 하는데 이미 태백시 고도가 높아 유일사 부근이 거의 해발 900미터라고 들었거든요. 사실상 600미터 정도 올라오고 끝났습니다.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캐주얼하게 갈 수 있는 산입니다.

 

또 밤하늘의 달빛에 취해 하염없이 걷다가

 

태백산 정상부에 들어왔습니다. 저기가 제 기억으로는 장군봉 근처였는데 여명이 밝고 있었어요. 사진 시간 확인해 보니 저때가 새벽 5시 반쯤이었습니다. 멀리서 동이 터옵니다. 이건 카메라로 절대 못 담아요. 무조건 눈으로 봐야 해요.

 

장군봉 올라가서 친구가 함 찍어줬습니다. 저 때 살 엄청 올랐을 때라서.. 턱살 가렸슴. 실루엣도 살이 찌는 거 보면 참 저 때 징했음.. 술 먹느라 바쁠 때였으니.. 멀리서 동이 터오는 것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사실 별 생각은 없었고, 그냥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만 놓고 있었어요.

 

태백산 아래입니다. 강원도 지역에 풍력발전소가 많아요. 저 붉은빛은 풍력발전기고요. 앞에 희게 깔린 게 운해입니다. 진짜 대박임. 저 멀리 산 봉우리 사이사이마다 운해가 가득 차 있습니다. 구름바다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 알겠더라구요. 이런 풍경에 과거 사람들도 저와 같은 경외심을 가졌을까요?

 

해가 조금씩 솟으면서 하늘에는 해의 힘이 진해지고 있습니다. 해가 저 멀리 산을 뚫고 나오며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에 그 힘을 하루 내 터트리겠죠.

 

해가 산을 뚫고 나오기 전 온 힘을 집중하는 시간, 저도 두 팔을 벌려 해의 기운을 좀 받아봤습니다. 태백산의 신께서 저에게 그 힘을 나눠주시길 바라며. 이런 샤머니즘 대단히 좋아함ㅋㅋ 36살이지만 풍수도 따지는 남자라.

 

태백산도 정상부에 주목 군락지가 있다고 합니다. 소백산과 비슷하죠. 산 높이가 1,300~1,600미터 이렇게 되면 정상부에 주목 나무가 살고 있나 봅니다. 정상부에만 사는 거 보니.. 주목은 좀 추운 고산 기후대에 잘 자라는 나무인가 봄. 전 문과라서 잘 몰라요 이런 식생 같은 거.

 

해뜨기 직전에 태백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장군봉 이후로 천제단까지는 고산 평원을 걸어갑니다. 오르막길 없고 걷기만 하면 돼요. 천제단은 너다란 들판이 펼쳐져 있어요. 거대하고 높은 흙산의 특성입니다. 

 

경치 환상적이죠? 해가 하늘로 솟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에는 운해가 흐르고 있어요. 근데 문제가 발생. 구름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하필이면 해 뜨는 동쪽에 구름이 많았음.. 과연 해는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중천으로 뜰 것인가?

 

우리에게 모습을 보일 듯 말 듯.. 밀당하고 있습니다 해님이. 저 구름 틈 사이로 가끔 모습을 보이긴 하던데.. 쉽사리 보여주지 않습니다. 일전에 저희 아버지께서 태백산을 다녀오셨는데 아버지는 아예 구름에 가려 해를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태백산 일출은 구름 문제로 날짜를 잘 골라야 하나 봐요.

 

그 사이에 잠깐 서쪽도 구경했습니다. 저 산줄기들이 이어지고 이어지며 백두대간을 형성합니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한반도 산줄기가 지리산까지 이어집니다. 태백산에서 서로 산줄기가 이어지다 보면 소백산과 월악산으로 이어지죠. 이 산들이 대한민국의 척추로 한국인의 생활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좋은 사진 크게 보시라고 소개합니다. 이 사진들 국립공원 사진전에 낼까도 생각하고 있음.. 역시 사진은 모델이 좋아야 잘 나오죠ㅎ

 

천제단 주변은 이렇게 너른 평지입니다. 보통 바위산은 가면 꼭대기가 협소한데 태백산은 무척 넓습니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붉디붉게 하늘이 물들면서 그 장면만큼은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 산을 올라가 봤지만 태백산만큼 장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산이 없었어요. 더 임팩트 있는 산 가보신 분 있으면 추천 좀.. 압도당하고 싶어요.

 

해가 언제 뜨지 구름은 언제 걷히지 지켜보며 정상석 한번 찍었습니다. 산 올라오면 정상석에서 사진 무조건 찍어야죠.

2편에서는 결국 일출 본 이야기와 소고기 먹은 이야기 해드릴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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