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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세 부처가 틀어 앉은 신령한 산서 일출을 본문

집을 떠나면/국립공원 투어

[계룡산] 세 부처가 틀어 앉은 신령한 산서 일출을

김 치킨 2023. 6. 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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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계룡산에 다녀왔습니다. 계룡산은 제가 알기로, 지리산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국립공원입니다. 1968년인가 그때 지정됐더랬죠.

계룡산은 양기가 쎄기로 유명합니다. 풍수가 아주 좋다고 하며, 한국의 4대 풍수 명당에 꼽히기도 합니다.

 

과거 조선이 건국 당시 태조 이성계 선생님은 계룡을 수도로 정하기 위해 궁궐을 지으려 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서울을 수도로 했다고 합니다. 너무 내륙에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는 후문입니다.

 

듣기로는 과거에는 여자들이 아들 낳으려고 계룡산에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양기가 쎄서 계룡산에 다녀오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산도 기운이 있어서 올라가는 사람과의 합이 중요합니다. 어떤 산은 아주 높아도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는 반면, 또 어떤 산은 높지 않음에도 올라가면서 무척이나 힘들기도 합니다. 산과 사람도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계룡산은 대전, 계룡, 논산, 공주에 걸친 산입니다. 풍광이 매우 뛰어나며 계룡이라는 이름은 꼭대기 봉우리들이 닭벼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계룡산은 신선봉, 삼불봉, 관음봉, 천황봉 등 봉우리가 연이어 솟아 있으며, 이 봉우리들이 이루는 능선은 절경입니다. 

 

이번에도 일출 보러 올라갔습니다~~

 

일출을 봐야 했기 때문에 대전 유성온천에다가 숙소를 잡았어요. 온천물도 뒤집어쓸 겸 해서 유성으로 갔는데 계룡산이랑 멀지 않아서 좋았어요. 대도시 근처에 이런 명산이 있다니.. 대전분들은 행운입니다.

 

저는 얼추 새벽 3시에 동학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갔습니다. 천정탐방센터를 기점으로 천정골갈림길-남매탑-삼불봉-관음봉-동학사로 계룡산 능선을 한 바퀴 도는 코스를 택했어요. 능선을 오르내리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올라갔지만.. 생각보다 쉽게 올라갔다 왔습니다.

 

서울역에서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위축된 분위기도 이제 끝났고, 평일 낮임에도 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렸습니다. 떠나는 느낌은 언제 느껴도 좋습니다. 날씨까지 좋아서 더 설렜어요.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면 항상 보는 여의도 풍경입니다. 한강을 건너면서 항상 여의도를 볼 수 있습니다. 16년 넘게 서울 살면서 여의도가 참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봐도 여의도에 높은 마천루가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역시 한국의 맨해튼답습니다.

 

시골길을 지나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대전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성심당 가기입니다. 대전하면 성심당을 빼고 논할 수 없죠.. 당장 대전역 안에 있는 성심당으로 갑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 대전역 오는 사람들이 전부다 성심당에서 튀소 한 박스씩은 사가는 것 같을 정도.. 아니 실제로 그러는 거 같았어요. 

저는 올라갈 때 튀소를 사가기로 하고.. 명란바게트 샀어요. 전 성심당 빵 중에서 명란바게트를 제일 좋아합니다. 튀소는 기념품용이고.. 진짜 내가 먹을 건 명바^^

 

튀소가 튀겨지고 있습니다.. 아 진짜 맛있겠다. 성심당 명물 튀소는 저의 경우는 찾아먹고 싶기보다 던져주면 계속 먹게 되는.. 그런 중독적인 맛입니다. 지금도 냉동실에 넣어놓고 생각날 때 하나씩 꺼내먹고 있음.

 

성심당에서 빵을 주섬주섬 사 와서 대전역 앞에서 빌린 차를 가지고 숙소로 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유성온천 쪽에 숙소를 잡았어요. 온천인 데다 계룡산까지 차량으로 20분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지체 없이 유성온천 쪽을 숙소로 택했답니다.

 

유성온천 가는 길~~ 숙소에 짐을 풀고 논산 관촉사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꿈이 이뤄지는 절인 관촉사는 유성에서 차 타고 50분가량 걸립니다. 은진미륵으로 유명한데.. 관촉사 후기는 별도로 올릴게요. 일단 관촉사 다녀와서 바로 잤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나 계룡산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ㅎ

 

시간과 공간을 텔레포트해서 전 새벽 3시 계룡산 동학사 주차장으로 왔습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사람이 없었어요. 소백산이나 태백산과 달랐던 점은 동학사 주차장 쪽에 펜션촌이 있어서 공원도 있다는 점입니다. 파출소도 있구요. 사람의 흔적이 있어서 크게 무섭지는 않았어요.

 

푸른 조명이 빛나는 계룡산 동학사 공원입니다. 저 멀리 하늘에 별이 진짜 밝게 빛납니다. 한밤중에 산에 오면 달과 별이 밝게 빛납니다. 밤하늘의 매력은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빛나는 법입니다.

 

동학사 주차장부터 시작합니다. 밤이라서 아주 깜깜해서 헤드랜턴과 손전등 두 개 동시에 켜고 올라갔습니다. 저 펜션을 지나면 확 어두워져요. 

 

 

계룡산은 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밤에 더 어두웠어요. 하늘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적막하고 캄캄한 산속에 오직 나 혼자만 남겨진 그 느낌이 좋습니다. 이날도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의 소리, 물 흐르는 소리만이 나를 감쌀 뿐이었습니다.

 

올라가다 랜턴을 다 꺼봅니다. 어둠 속에 나를 파묻어봅니다.

 

계룡산은 봉우리 올라가기 전까지 비교적 무난한 코스였습니다. 크게 어렵지 않아서 한밤중 산행이라도 비교적 편하게 올라갔어요. 야간산행하실 분은 동학사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걸 추천합니다~~ 어느덧 530미터를 넘게 올라왔어요. 참고로 애플워치로 측정해 보니.. 동학사 주차장은 해발 100미터 정도 하는 걸로 파악됩니다.

 

1차 목표인 남매탑이 200미터밖에 안 남았습니다. 어둠을 헤치고 일단 힘을 내서 올라갑니다. 남매탑 가서 탑돌이 하고 쉴 거예요.

 

남매탑에 도착했습니다. 남매탑에 얽힌 전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주시 반포면에 위치한 계룡산 연천봉 중턱에 두 개의 탑이 있는데 이를 남매탑(男妹塔)이라고 한다. 옛날 이곳에 한 스님이 기도하던 작은 암자가 있었다. 하루는 한밤중에 범이 찾아와 으르렁거렸다.

 

스님이 자세히 보니 범의 목에 비녀가 걸려 있었다. 스님이 범의 목구멍에 손을 넣어 걸려 있는 비녀를 빼주었다. 그러자 범은 이내 사라졌다. 그 이튿날 범이 다시 나타나 스님을 등에 태우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범이 숲 속에 스님을 내려놓는데 그곳에는 기절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스님은 여자를 암자에 데리고 와 치료를 하였다. 깨어난 여인이, “혼인을 하루 앞두고 뒷간에 갔다가 잡혀왔다.”라고 하자, 스님은, “날이 밝으면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여인은 범에게 잡혀온 자신이 죽지 않고 암자에 머물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더군다나 스님과의 인연은 부처님이 만들어준 인연인 것 같았다. 그래서 스님이 귀향할 것을 권해도 끝내 가지 않고, “스님과 함께 불도를 닦겠다.”라고 결심하였다. 결국 두 사람은 오뉘의 연을 맺고 일생을 더불어 이 암자에서 수행하였다. 뒷날 사람들은 이 두 오뉘의 인연을 기려 탑을 세우고, 탑의 이름을 남매탑 또는 오뉘탑이라고 불렀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남매탑은 두 개의 탑이 나란히 있습니다. 큰 탑이 오빠탑, 작은 탑이 누이입니다. 어두 컴컴하지만 기도하기 위해 누군가 촛불을 올려놨습니다. 불을 끄고 어둡고 조용하게 탑돌이를 했습니다. 소원 빌면서요. 고생해서 남매탑에 도착해 기도오리는 것도 일종의 공덕 쌓는 일이겠지요~~

 

탑돌이 후 남매탑 옆 쉼터에서 명란바게뜨를 먹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주 꿀맛이었습니다. 성심당 명바 만세~!!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점차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삼불봉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올라가서 여명이 밝아오는 걸 지켜봐야겠습니다.

 

삼불봉으로 올라가는 최후의 계단입니다. 경사가 급격히 가팔라지기 시작합니다. 계룡산은 남매탑까지 무난히 올라가다가 여기부터 짧고 강한 코스가 나오는 구조입니다. 

 

남매탑에서 쉬면서 멀리서 불빛이 보였습니다. 저 말고도 새벽 등산을 가는 선생님이 한분계시더라고요. 트레일러닝 대회 준비를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씩 계룡산에 오른다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계룡산 포토 스팟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삼불봉에 올라가서 해를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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