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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에서의 첫 날 밤. 배터지는 줄

김 치킨 2023. 5. 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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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7일 (Day 1)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타이베이의 밤은 밝아집니다. 중화권의 분위기는 아주 화려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례로 절을 봤을 때, 한국의 절은 외관이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을 보이지만 중국의 사찰은 화려하고 정교합니다. 타이베이 서문에 위치한 용산사도 그러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은 이 절은 1738년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관음보살상을 모심과 동시에 많은 도교신들을 모신 사당입니다. 

 

대만의 불교는 도교와 결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국 불교와 차이를 가집니다. 물론 한국 불교도 기천년간 한반도에 뿌리내리면서 많은 토착 신앙과 결합된 요소들을 지니고 있지만 부처를 모신 사원에서 도교신을 함께 모시지는 않죠. 종교를 잘 모르지만 토착적 요소가 내재화된 한국 불교와 달리 표면적으로 복합 종교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과 다른게.. 한국의 주요 사찰들은 다수가 산에 위치해 있는 반면 대만은 도심 곳곳에 사당이 있습니다. 불교 사당도 있고.. 도교 사당도 있어요. 모시고 있는 신이 도사님인 것을 봤습니다. 영업 중인 가게 점포처럼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는 모습이 대단히 낯설었습니다. 접근하기에 더 부담이 없는 모습일까요. 더 생활 깊은 곳에 종교가 스며든 모습이었습니다.

 

용산사는 도심 한 가운데 있다는 위치적 장점 때문에 그런지 사람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고 저도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부처님의 전당에 왔으니 왔다고 인사를 해야죠... 불상은 잘 찍지 않는 관계로 찍지 않았습니다.

 

용산사에 갔습니다. 화려합니다. 중화권 특유의 분위기가 잔뜩 녹아내려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붉은 톤을 가지고 있으며 장식도 화려합니다.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벽, 기둥, 지붕의 장식이 화려합니다. 축제를 열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용산사 입구입니다. 화려하죠? 판관 포청천에 나오는 포청천 관아 같은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내부도 화려합니다. 도교신 같은 분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근데 앞에는  불상이 놓여 있네요? 종교 통합의 장입니다.

경내에는 화려한 등불 장식도 있습니다. 밤이 되니 더 화려한 용산사입니다.

 

경내 입구 사진 하나 더. 용이 조각돼 있는 기둥이 무척 화려합니다. 소림사 같기도 하고.. 마치 용이 살아나 승천할 것 같이 역동적입니다.

 

부처님이 도사님들을 보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보시는 분들이 도교 신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절 입구에 사대천왕님들 같기도 하고.. 전 잘 몰라서 아무튼 도교스러워서 도교신이라 했지만 누군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치만 중요한 것은! 전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종교적이면서도 가장 아시아적인 분위기 같아요. 불교/도교만큼 아시아적인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용산사 기둥과 등을 좀 더 가까이 찍어봤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깐 그 정교함에 놀라게 됩니다. 등도 화려합니다. 노란색 빨간색 등 다채로운 색상이 사용된 게 중화권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등에 신사 용산사라고 써져 있네요. 기둥에도 한자가 써져 있습니다. 불경 구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용산사에서 점괘도 봤습니다. 점괘를 보는 사진은 아쉽게도 못 찍었습니다ㅜㅜ

별건 아니고 붉은 나무 조각이 있는데 윷놀이처럼 조각을 던져 이쁘게 나오면 꼬챙이를 뽑습니다. 꼬챙이 끝에 쓰인 번호를 확인 후, 옆에 비치된 서랍에서 해당 번호의 서랍을 열어 점괘를 확인합니다. 물론, 중국어로 쓰여 있어 번역이 필요합니다.

 

용산사를 둘러본 후 작은 빠칭코 가게에 갔습니다.

작은 빠칭코 가게에 들렀습니다. 친구들이랑 용산사에서 나와서 다시 야시장으로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빠칭코 기계에 앉아 엎드려 있었어요. 다 날리고 절망한 거 같아서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현금 주는 그런 카지노 빠칭코는 아니고 뽑기대로 나오는 티켓수대로 인형 등 물품을 교환해 줍니다. 열심히 뽑았는데.. 터무니없이 필요 티켓수가 많아서.. 얄구진 플라스틱 우정반지 3개랑 손가락만 한 인형 하나 가져왔습니다.

 

짱구나 도라에몽 같은 유명 캐릭터 상품, 무선 청소기 같은 상품도 있었는데 걍 사실상 못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냥 레저니까요 셋이서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하하호호웃으면서 재밌게 레버 당기며 놀다 나왔어요.

 

야시장에서 볼 거 다 보고 슬슬 숙소로 갑니다. 일행들이 걷는 걸 좋아해서 우린 걸어갔어요. 서문에서 송강남경역까지 얼추 넉넉히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걸어가면서 타이베이의 일상도 엿볼 수 있고.. 보다 디테일하게 동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 여행 가면 걷는 것 좋아합니다. 차 타고 다니면서 볼 수 없는 세세한 부분을 볼 수 있거든요. 도보로 이동의 백미입니다.

타이베이의 밤거리입니다. 타이베이가 참 좋았던 것은 골목 곳곳에 녹색이 많다는 점입니다. 날이 더워서 식물이 잘 자라는 것도 있겠지만 주거 형태가 연립 혹은 맨션이 주를 이루다 보니 식물이 있을 공간이 확보됩니다. 아파트가 주 거주 형태인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 내 조경에 녹색을 의존하고 있지만 여기는 건물 입구마다 커다란 나무가 위치해 있습니다. 사람은 응당 녹색에 둘러 쌓여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숲이 있고 식물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이 동네가 좋았어요.

 

타이베이 중앙역의 야경. 매우 규모가 크고 기차역뿐 아니라 버스 터미널도 함께 있어 유동인구도 매우 많습니다.

 

타이베이에서 발견한 청담이상 파주운정점 간판. ㅋㅋㅋㅋ이게 뭐임 간판 파주에서 직수입했나 했음ㅋㅋㅋ

밤에 일정을 마무리하기 전에 술을 마시려고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한국 소주를 파는데.. 무척 비싸심. 후레쉬나 진로 한 병에 거의 6~7천 원씩 합니다. 한국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더 비싸네요. 

 

현지에 왔으면 현지술을 마셔야 하니.. 고량주를 먹었어요. 편의점에서 금문 고량주랑 다른 고량주를 사서 공원에서 마셨습니다. 조용히 먹고 다 치우고 갔어요..ㅋㅋㅋ

 

 

공원에서 술까지 마시니 완전 배가 불렀습니다. 배가 너무 불러서 전 포화상태였는데 친구가 더 먹어야 한다고 우육면 집에 가자고 했어요. 배가 너무 불렀지만 혼자 가라 하기 뭐해서 같이 갔습니다. 서문 인근에 건굉우육면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건굉우육면을 가려했지만, 동네에 가보니 건굉우육면이 보이지 않아 다른 우육면 집에 가서 먹었습니다.

 

배가 너무 불렀지만 맛은 있었어요. 저 우육면 좋아합니다.. 스지 푹 고아서 먹으니깐 맛있는데 면까지는 너무 배불러서 못 먹었어요. 물만두도 맛있었음.. 역시 우육면의 나라 대만! 

 

나와서 돌아가려고 우버를 불렀는데 건굉우육면이 보였습니다. 제가 2019년인가 대만 갔었는데 건굉우육면 저런 가게 아녔거든요. 점포가 컸고 야장 깔아놓고 장사하는 게 아니라 실내 장사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힘드셨나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튼 지나가다가 아쉬워서 한 컷 찍었는데 사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대만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중경삼림에 나올 법한 분위기. 다소 허름하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저를 황홀경에 빠지게 합니다. 저거 먹고 숙소 돌아가서 소화제 먹고 잤어요. 다음에 2일 차 이야기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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